해외 가톨릭 사립학교 재단이 직접 운영하는 믿을 수 있는 교육 기관
웃고 뛰놀자
- 미국으로 중학생 아들을 유학 보낸 것은 영어공부가 주 목적이 아니었다 -
웃고 뛰놀자, 웃고 뛰놀자, 그리고 하늘을 보고, 생각하고, 푸른 내일의 꿈을 키우자’
부산 어린이 회관 앞, 고 육영수 여사의(어린이회관이 만들어 개원 때부터 있었던) 시비에 적혀있는 이 시는 부산에서 유년을 보낸 40-50대 부모들에게는 어린 시절 자주 들었던 친근한 글게는 어린 시절 자주 들었던 친근한 글귀이다. 어린이들이 어떻게 성장해야 할까? 우리의 현실은 어떠한가? 하는 생각을 하게 한다.
아이들, 특히 성장기에 있는 남자 아이라면 땀 흘리며 운동하고, 활동에 몰입하며 내적인 에너지를 발산하면서 자라나고, 자연과 함께 생각하며 성장해야 한다. 그런데 한국에서 크고 있는 우리네 아이들에게 과연 하늘을 보고, 생각할 시간이란 것이 정말 있을까? 각기 독특한 자신만의 꿈을 발견하고 가꿀 시간을 우리 부모들은, 그 여백의 시간을 허락해 주고 있을까? 그래서 아이들이 가꾼 자신의 꿈의 소중함을 통해 타인들의 꿈도 귀히 여기며, 사회 속에서 꿈을 기꺼이 나누는 성인으로 자라나게 하고 있을까? 우리 아이들은 5-6학년만 되어도, 친구들과 방과 후에 삼십 분 축구나 농구라도 할라 치면 ‘수업이 늦게 마쳤어요’ ‘선생님이 늦게 보내줬어요’라고 거짓말을 해야 한다. 학원 시간에 늦어 가서, 학원 차를 놓쳐서 야단을 맞을까 봐......
지금 한국 교육의 현실은 현명한 부모보다는 기술 좋은 매니저를 요구하고 있는 것 같다. 초등학교 때부터 중요 과목 선행을 다 하려면, 학교를 마친 순간 학원으로 직행하여 밤늦게 까지 듣고, 집에 와서 숙제를 하고, 졸린 눈으로 학교를 오가는 시간조차 쪼개어 영어 단어를 외우거나, 화장실에 앉아서까지 암기과목들의 구석진 지식들을 암기하며 내신을 관리하지 않으면, 소위 말하는 상위 몇 %를 유지하기 어렵다. 그렇게 중 고교 내내 줄곧 다른 아이들보다 나은 성적이 관리되지 않으면 일등 대학은 가기 어렵고 꿈은 이루기 어렵다 생각하기 때문이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그 후에 자신의 꿈을 발견해 이룰 수 있는 기회를 찾기란 어려운 것이다. 그러기에 아이들에게는 자신만의 꿈을 꿀 시간도, 내가 누군지 하느님이 주신 소명이 무엇인지 생각하고 체험할 시간도, 다른 사람들을 살피고 문학 책에 빠져 꿈과 현실을 관련 지어 볼 시간, 함께 팀을 나누어 운동을 할 시간도 없다. 엄마는 결국 매니저로 시간을 관리해주고 아이들은 생각 없이 어릴 때부터 문제, 또 문제를 푸는 연습벌레로 짜증과 우울, 불안에 쌓여 친구들을 경계하며 송곳처럼 날카로운 어른이 되고 있는 경우가 많다.
나는 위에서 말한 “한국식 교육”보다는 가능하면 웃고 뛰놀며 꿈을 찾고 함께 할 수 있는 학교를 알아보려 했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정말 적당한 학교가 없었다. 문제아 중심의 대안학교가 아니면 오히려 엘리트 의식에 사로잡혀 있는, 더 많은 준비가 필요해서 오히려 입학이 더 힘든 학교뿐이었다. 그래서, 미국으로 유학을 보내면서도 아이의 영어 실력만 빨리 일취월장할 수 있는 학교를 찾지는 않았다. 우여곡절 끝에 수도회가 운영하는 오클론 아카데미를 보내게 된 것은 정말 주님의 뜻이 아니고서야 가능할 수 없었다.
남학생 기숙사 학교인 오클론 아카데미에서는 매일 한 두 시간 뛰면서 땀 흘리는 클리닉 시간(clinic)이 있다. 하루 일정을 보면, 일어나 세수하고 미사 드리고 천천히 음미하며 다 함께 속도를 맞추어 오래도록 아침을 먹고 수업을 시작한다. 오전, 오후 수업이 끝나면 오후 4시경부터 약 2시간 가량은 반드시 클리닉(특별활동시간)을 하도록 되어 있고, 그 후 샤워를 하고 저녁을 먹는다. 그 역시 아주 천천히 말이다. 저녁을 먹고 난 후에는 숙제 또는 토론 등의 시간을 갖고 10시 전에 잠자리에 든다. 주말 대부분의 시간은 종일 제철에 맞는 운동을 하거나 외출(단체)을 하며 미국의 좋은 자연과 다른 문화에 노출되며, 겨울에는 토요일까지 수업을 하고 매주 월요일마다 스키 아웃팅을 한다. 한국에서는 무시되고 있는 음악과 공동 신체 작업과 미술, 스포츠 활동을 무엇보다도 중요한 교육의 내용으로 삼고 있는 셈이다.
아이를 오클론에 보내기 위해 비행기 태우고 돌아서 아이보다 더 굳은 얼굴로 어설프게 온갖 걱정을 감추고 엄마, 아빠가 각자 화장실에 가 울었던 그 날 이후, 보고 싶은 마음만 빼면, 우리 부부는 한번도 오클론에 보낸 것을 후회해 본적이 없다. 따뜻한 찌개에 한국 반찬들이 얼마나 그리울까 하고 밥상을 받고 차릴 때 마다 진한 그리움이 밀려오는 것만 참으면 우리 아이가 오클론에 가서 참으로 잘 되었구나 생각한다.
이전 한국에서는 “문자 좀 그만 하고 숙제를 하면 좋겠구나” 라고 말하면서”하루에도 수십 통씩 울려대는 문자와 전화를 보며 화를 눌러야 했다. 하지만 이제는 인터넷에서 공유되는 좋지 않은 정보나 게임에 빠질까 감시하고 지적하는 말 대신, 행복과 평화를 기원하는 응원을 메일에 쓴다. 모든 것을 자신이 결정하고 책임지고 또래들을 배려하며 공부해 가는 씩씩하게 커가는 내 아이가 고맙다. 부겸이도 이전의 “알겠다고요. 지금 할 거라니까요?” 라고 하는 불손한 태도와 퉁명함 대신, 엄마 아빠 이메일을 통해 우리의 행복을 빌어주고 감사함을 담은 짧은 인사를 남겨준다.
교육에 정답이 있겠는가? 하지만 우리 부부는 그저 기도와 감사로, 우리 아이에게 작업하실 기회를 오클론을 통하여 주님께 넘겨드렸다. 우리가 키우겠다는 생각대신 하느님 품에서 키워 질 수 있고, 아이 스스로 자라날 수 있도록 지켜보고 있다.
오클론에서 우리 아이가 웃고 뛰놀고 생각하며 자신의 꿈을 찾아 갈 것을 믿는다. 그 후엔 꿈을 위해 노력하며 살 것이며 결국에는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사람이 되어 남에게 그것을 나누는 어른이 되리라 믿는다. 이런 기회를 열어 주시고 지켜주신 주님께 찬미와 감사를 드린다.